<이 사람> 2nd 이계안
길게 써왔는데 전부 읽을 시간이 없는 것 같네요. 오늘의 선택이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행운의 축배가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당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배를 마셨습니다. 한명숙 후보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계안 예비후보가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 밝힌 낙선소감입니다. 안주머니에서 꺼낸 원고를 만지작거리며 잠시 머뭇거렸지만, 막상 소감을 밝히는 동안 그는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는 참 불운한 사람입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2006년에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패배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명숙 총리와 경합했지만, 결과는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낙선입니다.
사실 이계안 후보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가 민주당에서 내놓은 경선방식(100% 국민여론조사)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부터 이미 결론은 난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상대 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는 본래도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었지만, 지난 검찰 조사 후 재판에서 승리하며 전국구 정치인사로 발돋움한 인물입니다. 그러니 국민여론만으로 승부를 내는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의 승리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봐야겠지요.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이계안 예비후보가 그간 준비한 것들을 100% 내보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한 전 총리보다 훨씬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해 상당기간 선거를 준비해왔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고, 이를 토대로 TV토론 반영 및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인지도에서는 분명 밀리지만 준비한 것들을 100% 내놓을 수 있다면, 전국구 정치인 한명숙 전 총리와 신명나게 한 번 겨뤄볼 수 있다- 아마 그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당의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지난 3일 이계안 예비후보는 “독배를 드는 심정으로 경선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낙선 소감에서 ‘독배’라는 표현을 쓴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어찌됐건, 그는 패배했습니다. 졌습니다.
돌아서는 그의 등 뒤로 위로의 말을 건넨 사람들조차 내일이면 이계안을 기억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 소감을 마치기까지 비록 목소리는 떨렸고, 밤잠 못 이루고 쓴 것 같은 소감문을 채 다 읽지도 못했지만, 그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 이계안 예비후보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느낀 게 있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 단순히 자신의 승리만은 아니었구나... 라는 것 말입니다. 서울시가 오늘보다 나아지기를 그리고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랬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적어도 그의 마지막 모습은 그러했습니다. 그 진정성을 저만 느낀 건지는 잘 모르겠만 말입니다.
The winner takes it all...
여러 광고에 사용됐고, 유명한 팝송이어서 많이들 아시겠지만, 경제 용어랍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는 것은 경제학에서는 어느 정도 통용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 생각에 사람의 마음을 거머쥐어야 하는 정치 분야에서 이건 그냥 헛소리 같습니다.
정치에서는 이긴 자가 아니라, 패배한 자도 쥘 수 있는 게 있습니다. 특히 패배한 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승리자보다 더 큰 것을 거머쥘 수도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마음 말입니다. 이계안은 금세 잊힐지도 모르나 이계안의 뒷모습은 분명 여운으로 남아 새로운 이계안을 위해, 그가 다시 시작할 때를 위해 조금씩 쌓여갈 것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계속 도전하겠다는 그의 목소리가 무척 반갑습니다.
지난 2006년이나 올해의 이계안은 패배했지만, 2014년의 이계안은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그려낸 그림자 속으로 적어도 한 사람의 지지자가 따르게 되었습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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